"일은 줄이고, 삶은 늘린다."
2025년 대한민국 고용시장에 불고 있는 가장 강력한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주 4일제’ 도입 흐름이다. 과거에는 일부 유럽 국가나 실험적인 IT 기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 제도가, 이제는 국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단순한 근무일 수 단축을 넘어,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은 상당하다.
주 4일제,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 하반기부터 고용노동부는 일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주 4일제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2025년 현재 그 대상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업무 효율성과 성과 중심의 근로 체계가 가능한 IT, 콘텐츠, 연구개발 업종을 중심으로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기업 중에서는 스타트업 문화에 익숙한 일부 ICT 기업들이 전면 도입을 선언하며 주목받았고, 유연근무제나 선택근무제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주 4일제 실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2025년 5월 기준, 국내 중견기업의 약 8%가 주 4일제 또는 유사 제도를 시행 중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는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급변하는 노동 환경에 대한 대응 전략이자, 미래형 근로 문화로의 전환 신호탄이다.
주 4일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 워라밸 중심의 가치관 전환
MZ세대를 중심으로 '일은 삶을 위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고강도·고시간 노동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고 있다. 출세보다는 행복, 연봉보다는 자율성이 더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 조직의 생산성 향상 전략
놀랍게도,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오히려 집중력과 몰입도가 높아져 성과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주 4일제 실험에서도 대부분의 참여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과 직원 만족도 증가를 동시에 경험했다. - 인재 확보와 이탈 방지 수단
경쟁이 치열한 고급 인력 시장에서는 근무 환경의 유연성이 하나의 ‘복지’이자 ‘브랜드’가 된다. 주 4일제는 채용 공고만으로도 큰 주목을 받는 마케팅 요소가 되기도 한다.
제도의 정착을 가로막는 현실적 문제들
모든 업종에서 주 4일제를 도입할 수는 없다. 특히 유통, 제조, 외식, 서비스업처럼 고객 대응과 현장 인력이 핵심인 업종은 하루라도 인력이 빠지면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
또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과 함께 생산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하루를 줄인 만큼 그 업무를 남은 시간에 압축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주 4일제=업무 과밀화’라는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시행할 경우, 일부 직원에게 불이익이나 혼선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업종별 전환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일상의 변화: 하루 더 늘어난 나만의 시간
주 4일제를 시행한 사람들의 가장 큰 변화는 '삶의 재설계'다. 단순히 하루를 더 쉰다고 해서 삶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 하루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삶의 방향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인터뷰 및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직장인들이 추가된 하루를 다음과 같이 활용하고 있다.
- 자기계발: 외국어, 자격증, 코딩 등 미래를 위한 투자
- 사이드 프로젝트: 창작 활동, 부업, 창업 준비
- 가족 및 인간관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부모님 방문
- 건강 회복: 운동, 요가, 수면 등 신체 회복
- 휴식과 취미: 여행, 캠핑, 독서 등 재충전
이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소비 구조, 여가 문화, 교육 산업 등 여러 분야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해외 사례에서 배우는 시사점
이미 주 4일제를 제도화한 아이슬란드, 벨기에, 스페인 등의 사례는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참고가 된다.
영국은 2023년 6개월간 진행된 세계 최대 규모의 주 4일제 실험에서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61개 기업 중 56곳이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직원의 스트레스와 이직률은 급감했다.
이들 국가는 단순히 ‘휴무일 수’의 개념이 아니라, ‘성과 중심’의 근무 문화를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결론: 일하는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됐다
주 4일제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철학'을 바꾸는 문제다. 앞으로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하루를 쉬게 하기보다,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 기업의 유연한 근무 환경 설계, 그리고 개인의 자기관리 역량 강화가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워라밸’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우리는 더 이상 ‘얼마나 오래 일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주 4일제는 그 질문에 대한 실천적 해답이 될 수 있다.